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뉴스에서는 핵 위협과 인권 문제만 반복합니다. 저는 쌍둥이가 태어난 날 미사일에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를 보며 전쟁의 참혹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이 전쟁이 단순히 안보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쟁의 배후에는 10년 넘게 진행된 물류 패권 전쟁이 있으며, 미국과 중국이 중동이라는 체스판 위에서 수백조 원짜리 길을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중국 일대일로를 우회하는 미국의 IMEC 프로젝트
2023년 9월 인도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프로젝트가 공개되었습니다. 여기서 IMEC란 인도에서 아랍 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의미합니다. 이 노선이 완성되면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시간은 40%, 비용은 30% 절감된다고 합니다(출처: 미국 국무부).
저는 처음 이 계획을 접했을 때 단순한 교통 인프라 사업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건 중국의 일대일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적 우회로였습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1300조 원 이상을 투입하여 147개국을 연결하는 거대한 물류망을 구축해왔습니다. 쉽게 말해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가는 모든 길을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계획입니다.
미국이 2022년 G7 정상회의에서 800조 원 규모의 PGI(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의 길을 장악하면 물건, 데이터, 에너지가 모두 중국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적인 물류 노선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IMEC의 진짜 무서운 점은 철도 위로 물건만 실어 나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 설계도를 보면 철도 밑으로 해저 광케이블과 수소 파이프라인을 함께 깔겠다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해저 광케이블은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의 95% 이상을 전송하는 핵심 인프라인데, 현재 아시아-유럽 간 대부분의 케이블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 주변에 집중되어 있어 사고나 공격에 취약합니다. 구글은 이미 이집트를 완전히 우회하는 블루-라만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 케이블 경로가 IMEC 철도 노선과 거의 일치합니다.
수소 파이프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 센터 운영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IMEC 노선을 따라 중동 사막의 태양열로 생산한 청정 수소를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보내 전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결국 IMEC는 물류, 데이터, 에너지라는 21세기를 지배하는 세 가지 자원을 하나의 길 위에 올린 3중 고속도로입니다.

이란이 IMEC를 막아야 했던 이유와 인도의 부상
그렇다면 이란은 왜 이 길을 막아야 했을까요? 이란은 2021년 중국과 25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으로 중국은 이란에 약 500조 원을 투자하고, 이란은 중국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할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출처: 중국 외교부). 여기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란 단순한 교역을 넘어 군사, 인프라, 기술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란은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파트너로, 중국-이란-중동-아프리카를 잇는 물류망의 중심 허브 역할을 맡았습니다. IMEC가 인도에서 유럽까지 중동을 가로지르는 길이라면,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란을 거쳐가는 길입니다. 두 길이 중동이라는 같은 지역에서 정면으로 부딪치는 상황에서, 이란이 중국 편에 서서 이 지역을 장악하면 IMEC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란이 단순히 미국에 반감을 가져서 반대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란은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돈과 무기를 지원하여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하게 만들어 해상 물류비를 폭등시켰고, IMEC의 해상 구간을 위협했습니다. 또한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무장 세력을 지원하여 2023년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IMEC의 핵심 경유지인 이스라엘이 전쟁터가 되면서 IMEC 추진이 사실상 멈춰버렸습니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주목한 나라가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 국가가 되었으며, 14억 인구는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소비 시장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IMF 전망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매년 6%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GDP 규모도 202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디 총리의 메이킹 인 인디아 정책으로 애플,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 라인을 이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유럽 시장으로의 물류 비용이 높고 관세 장벽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2024년 3월 인도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수출품의 90% 이상에서 관세 장벽이 사라졌고, EFTA 국가들은 앞으로 15년간 인도에 13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물건을 유럽까지 빠르고 싸게 보낼 수 있는 길뿐이었고, 바로 그 길이 IMEC였던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를 중국의 대체 생산 기지로 키우고, IMEC를 통해 인도산 제품을 유럽에 쏟아붓는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를 무력화시키는 일석삼조의 전략이었습니다.
IMEC의 정치적 기반은 사실 10년 전부터 조용히 준비되었습니다. 주요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도-이스라엘 협력: 2014년 독립 이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적대적이던 인도가 이스라엘과 조용히 양자 회담을 가진 것은 중대한 변화였습니다
-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고갈에 대비한 비전 2030 경제 개혁을 추진하며 물류 허브가 되기 위해 종교보다 실리를 택했습니다
- 아브라함 협정: 2020년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수교하며 중동 내 새로운 동맹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인도, 이스라엘, 아랍 에미리트가 I2U2 경제 협력체를 결성하며 사실상 IMEC의 예고편을 선보였고, 2023년 9월 G20에서 8개 주체가 IMEC 양해 각서에 서명하며 10년간 쌓아 올린 관계가 하나의 길로 구현되는 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흐름을 보며 21세기 평화의 시대라고 믿었던 제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현재도 미국의 베네수엘라 및 이란 침공으로 세계는 안전하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이 물류 흐름을 둘러싼 패권 싸움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패권은 항상 이러한 싸움으로 계속 바뀌어왔고, 시대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이 거대한 지각 변동 속에서 K-건설과 K-인프라로 IMEC 공사에 참여하여 곡괭이 장사를 하거나, 인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여 메이드 인 인디아 제품을 IMEC에 실어 보내거나, K-방산으로 IMEC 노선을 지키는 방어 무기를 수출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념도 종교도 명분도 아니라 인프라를 장악한 자본이며, 길을 가진 자가 물건, 데이터,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합니다. 뉴스에서 미사일이 터질 때 공포에 휩쓸리기보다는 그 뒤에서 어떤 길이 깔리고 있는지를 읽는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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